친구야
- 가을男
추석을 앞두고
빨갛고 노랗게 익어가는
과일들이 탐스럽다
친구는
잠시 일손을 접어두고
가을을 온 몸으로 느끼며
빈 몸으로
가까운 산에 올라
버섯 따기에 여념이 없다
뉘엿뉘엿 서산에 걸려있는
석양을 등에 짊어지고
송이버섯을 한 바구니 따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기만 한데 집에 돌아오니
마누라는 잔뜩 화가 나있다
속도 모르는 친구는
여보야 나 배고프다.
밥 좀 차려줘라 밥은 뭔 밥이야
대목 아래 과일 따기도 바쁜데
마누라 혼자 두고 산엘 갔으니
화가 날만도 하다.
함께한 세월이
30년을 바라보는 생활이지만
오늘은 서로가 그냥 넘어가기 힘들 것 같다
결국에 터지고야 말았다
그 아까운 송이버섯을 몽땅
푸세식 화장실 안에다 다 버렸으니
어지간히도 화가 났던 모양이다
힘들게 따온 많은 송이버섯 을
화장실에 버렸으니 말이다
친구야
화장실에 송이버섯향이
진하게 나더냐? ㅎ ㅎ
송이버섯은 버섯이고
아이고 친구야
이제 성질 좀 죽이고 살아라
그 놈의 고집 때문에
대목 밑에 잘 익은 과일을 하나도
출하 못 했다니 기슴 아프다.
부부싸움은
누구의 승리도 없이
3일간의 투쟁은 그렇게 끝났겠지만
그래도 알콩달콩 열심히 살아가는
친구의 모습을 바라보니
행복해 보인다.
글구 친구야 !
그날 밤 에 미안했다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변명하는 것 같아
긴 얘기는 못하겠다만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어
너그러운 친구가 이해 해주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