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주어진 한 페이지
나이가 들어갈수록
세월이 지나가는 속도도 빨라진다더니
80년대 치안은 정의사회 구현이라는
캐치플레이를 걸고 시작하는
군부정권 아래 군 생활을 하던 시절
봄이 되면 신촌 거리엔 자유를 찾기 위한
학생들의 민중가요 소리와
콧물 눈물 흘리면서 시위를 하던 그 시절의
아련한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장성한 아들이 대한민국 공군으로
곧 입영을 앞두고 있어
아들의 젊은 날 추억을 담아주기 위해
초록의 향연이 춤을 추는 유월의
좁은 공간 나의 애마에 몸을 싣고
시리도록 파란 하늘 위로 떠다니는 조각구름 벗 삼아
주전부리를 가득 싣고 즐거운 마음으로
강원도로 1박 2일 가족여행을 떠납니다.
복잡한 도심의 빌딩 숲 검은 아스팔트를 벗어나니
팔당호의 푸른 물결 위로 반짝반짝 빛나는 햇살의
연둣빛 나뭇잎들이 잘 어우러지는 풍경을 바라보니
무거웠던 마음이 녹아내리고
좁은 공간도 이야기꽃으로 피어난다.
말없이 묵묵히 차창 밖 만 바라보던 아들도
닫혔던 입을 열며 던지는 말
아빠 내가 없어도 우리 가족의 일상은
어제와 같이 변함없이 돌아갈 것이고
힘든 마음도 잠시면 잊혀지겠지 라며 무거운 말을 던진다.
그렇겠지
내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일들 돌아가지 않을 것 같은
이 세상도 무심하게 잘 돌아가겠지
거기에다 멍한 가슴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잠잠해질 것이고
첫 면회 가는 그 시간을 기다리며
우리의 일상도 일상으로 돌아가겠지
아들! 염려 말고 몸 건강히 잘 다녀와야해 라고하니
그ㄹㅐ 한번 그냥 물어봤어 한다.
허 싱거운 놈.....
아들은
이제부터는 아빠의 아들이라기보다
대한민국의 아들로 잠시 나라에 맡기는 것이니
건장한 대한의 남아로 거듭나
맡은 바 군 복무 충실히 마치고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려받는
그날만을 가다릴 것이다 하니
어린 시절 그렇게도 군대 가기 싫어 하든 놈이
그래
한번 믿어 봐 한다.
그 말을 들으니 갑자기 가슴의 뜨거운 전율이 흐른다.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준비해 간 주전부리로 입 또 한 즐거운데
미시령 고개를 넘는 이정표가 보인다.
어디로 갈까?
빠르지만 어두컴컴한 터널?
아님 좀 더디지만 자연을 즐기며
굽이굽이 넘어가는 옛길로 갈까 고민 중에
너에겐 묻지도 않았는데
애마의 머리는 벌써 옛길로 들어서고 있다.
어쨌던
아름다움으로 펼쳐지는 설악의 풍경이
우리의 여백을 메우며 펼쳐지는
유월의 미시령 고개 정상엔
농사일을 잠시 접어두고 온 시골 아낙들의
밝은 웃음소리와 막힌 가슴을 쓸어내리는
초록의 시원한 바람 속에 알록달록 여행객들의
고운 옷 빛깔로 꽃을 피우는 미시령 고개
이곳을 그냥 스쳐지나 만 갈 수 없기에
기념시진을 담으며 휴식을 취하고
속초로 향하는 길
설악의 기암 괴석 울산바위가
우리를 맞으며 동해의 푸른 바다가 보이는
속초 대포 항으로 안내를 한다.
좁은 전통시장 입구에 들어서니
생선 비린내 바다내음 뽕짝 노랫소리
아지매 들의 물건 흥정하는 소리로
사람 사는 맛 나는 대포항의 풍경이 참 아름답다.
동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식당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싱싱한 회가 입 안 가득 사르르 녹는다.
식 후 화진포로 왕곡 마을 고성 통일전망대로
금강산 콘도 일박을 하고 낙산으로..........
(중략) 2013년 4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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