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사단 71번째 편지 가을날에
사랑하는 아들!
추석 명절도 지나가고 깊어가는 가을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이 참 도 아름답구나.
올 추석은 고향 내려가는 길이
그리도 멀고 힘들게만 느껴지던지
김천까지 6시간30분 걸려 큰집에 도착했어.
(귀경길은 정시에 도착 하였다만)
도착하던 날 저녁엔 마을의 축제 노래자랑도 하고
한바탕 놀이판이 벌어졌었지.
다음날은 성묘도 하고 온 가족 사진도 기념으로 찍고
저녁에는 충북 황간 백화산자락 숯가마도 다녀오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는데
근데 아들이 없는 사진이 좀 허전해 보이더라.
아들은 추석에 특별 식이라도 나왔는지?
또 다음날이 국군의 날이었는데
예전엔 국군의 날 시내 퍼레이드로
(행사를 준비하는 전 군의 병사들은 힘들었겠지만)
국군의 위력을 과시 할 수 있는 기회 이기도하고
행사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참 뿌듯하기도 하였는데
그것도 하나의 오래된 역사의 뒤안길로
옛 추억이 되어가네.
그리고 어제 주일은 많이 놀랐겠다.
바 로 너희 부대 옆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아빠도 뉴스를 보고 많이 걱정 하였는데
아마도 부대에선 실제 상황으로
긴장도 많이 되고 불안 하였을 텐데
다음날 뉴스를 보니 17살 어린 북한 병사더구나
집에 있는 가족들 걱정 될까 전화해줘서 고맙고
늘 사소한 근무라 할지라도 긴장을 늦추지 말고
근무 시간만큼은 집중을 해서 근 무하길 바란다.
요즘 계절은 참 좋은 계절이지만
일교차가 심하여 감기 걸리기 쉬우니
몸 따듯하게 하여 감기 걸리지 않게 건강관리 잘 해라.
집 식구들은 모두 잘 지내고 있고
아빠는 요즘 맑은 가을 하늘에
코스모스 한들한들 국화꽃 향기 날리는 들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주말농장 가는 길이 즐겁고
자연과 벗 삼아 농사일을 하며 머리도 식히고
한 주간의 피로를 날리며 즐겁게 보내고 있어
올해 가을배추는 심는 시기가 늦어 아직은 어리지만
잘 자라고 있고
쪽파랑 시금치 열무 아욱은 잘 자라고 있다.
어제는노랗게 익어가는 감도 몇 개 따오고
늙은 호박하나 노각에 마지막 몇 개 남은 고추랑
열무를 속아와서 큰집에서 가지고온 참기름에
된장을 끓여 열무비빔을 만들어 먹었는데
누나가 어찌나 맛있게 많이 먹던지
열무 한 바구니를 다 해치웠지 뭐야.
이제 좀 있으면 호박고구마를 캐게 될 텐데
시월면회 때 맛나게 쪄서 가지고 가마.
그리고
우리 다음 만나는 그 시간까지 각자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보람되게 살아가자.
아들 사랑하고
아들을 위해 기도의 용사들이 있다는 것 잊지 말고
신앙생활도 충실히 하고.
너의 계획하는 일들이 주 안에서 잘 이루어지길 바란다.
다음 시간까지 안녕~~~
2012년10월8일 나의 아들 너의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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