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사단 편지 가을비 내리는 이침에 73번째
아들!
지난 주말은 짧은 시간이지만 알차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왔어
가볍게 준비해서 만나고 온다는 게
준비 하다보면 늘 바리바리 싸들고 가게 되네.
지난 금요일 날 좀 일찍 퇴근하여
고구마라도 캐서 기지고 가려고 했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아 준비를 못하였어
대신 직화구이 군밤이 넘 구수하고 맛이 좋았어
면회 가서 점심도 못 먹이고 군것질만 하다 왔는데
그날 저녁은 어떻게 먹었는지?
우리는 누나랑 오면서 누렇게 물들어가는
가을들판 장흥 계곡의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가을을 한껏 느끼면서 왔는데,
한 주간을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
가을비가 제법 많이 내린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강도 높은 훈련에 돌입하게 될 텐데
가을비도 추적추적 내리는 날에
일주일간의 야외 훈련받기에 고생이 좀 되겠구나.
전 군의 전우들이 무사하게
훈련을 마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아빠는
어제 교회 갔다가 오후에 농장에 들려
고구마를 캐 왔는데 좀 보태면
아들의 큰 머리 만큼이나 큰 고구마도 있고
빨갛게 탱글탱글한 먹기 좋은 크기도 있고
올해 처음 심어본 농사 치곤 곧잘 지은 것 같아
올 여름엔 얼마나 더웠고 가뭄이 심하였니.
일주일에 두 세 번씩 들러 따가운 햇살 아래
부족한 물로 고구마 밭에 물 주느라
얼마나 힘들게 노력을 하였는지.
그 덕분에 사과 박스로 다섯 박스는
족히 수확 을 거두고
서산에 해가 뉘엿뉘엿 질 때 까지
고구마를 캐면서 만추의 가을 추수에
기쁨을 한껏 느끼면서 열무도 좀 뽑아오고
가을 상추는 조금 더 자라야 할 것 같고
이번 주일이면
식탁에 올릴 정도로 자라게 될 것 같다.
시금치와 쪽파도 잘 자라고
가을 김장배추도 늦게 심어
김장이나 담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잘 자라고 있더구나.
아들!
그제 면회 때 군 목걸이로 알밤 까먹는 모습이
전형적인 군인 스타일의 모습 이었어
아들! 작은 것이지만
그렇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아가고
강한 남자로 변해가는 것이다.
아들!
한 주간의 힘든 훈련 잘 마치길 바라고
늘 긍정적이 생각으로 임하길 바라고
아빠랑 약속 한 것들 잊지 말길 바란다.
아빠는 오늘 월요일이라.
한가하고 여유 있는 하루를 시작한다.
아들! 사랑하고 제대하는 그날까지
몸 건강하게 군 복무를 마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아들 사랑해~~~~
2012년10월21일 아들을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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