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번째 생일 축하편지 86번째
자랑스런 아들! 박병주 상병
22번째 생일을 축하한다.
작년 이맘때는 이등병이었는데
군에서 벌써 두 번째 생일을 맞이하네.
휴가 다녀 간지는 얼마 안 되었지만
잘 지내고 있지?
아들은 짧은 특박 휴가로 나왔다 귀대하고
다음날 누나는 필리핀 여행을 가고나니
갑자기 집안이 썰렁하더라.
이어지는 설 연휴로 엄마랑 둘이서 큰집을 다녀오는데
올해는 차도 그리 막히지 않고 편하게 잘 다녀왔어
다음날은 외할머니도 만나고 남양주 큰이모집에서
저녁 먹고 놀다가 새벽녘에야 집에 도착했지
아들도 즐겁게 잘 보냈겠지?
근데 설 연휴 때는 축구하다 인대가 늘어났다면서
생활하기 불편하고 힘들겠다. 조심하지 않구선
이제 좀 좋아졌겠지?
내일이 아들 생일인데 이번 주말에
케익이랑 미역국 끓여서 면회 갈게 기대해.
글구
요즘날씨가 많이 풀려서 생활하기가 좋아지나 했는데
저 위어 있는 애들 때문에 시국이 좀 어수선하고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태라 정신이 없겠구나.
그래도 면회는 된다니 다행이다.
핵실험하든 날 휴가 나온 장병들은
뉴스를 보고 줄지어 부대로 전화 하는 모습들이
기사에 오르고 하던데
어쨌든 분단국가의 아픈 현실이다.
아들!
우리 긴 얘기는 주말에 만나서 얘기하기로 하자
아하! 이 편지가 도착하기 전에 먼저 만나겠구나.
만나는 것은 만나는 것이고
편지는 받는 재미 읽는 재미가 있지
여기에 하나 더 붙인다면 쓰는 재미도 있고
근데 요놈아 받지만 말고 답장도 좀해라
전화로만 하지말고.
그러나 이 편지는 그냥 보낼게 기쁨으로 즐겁게 받아봐
아!
그러고보니 오늘이 발렌타인데이 아들도 집에 있었으면
여친 한테 쵸콜렛도 받고 했을 텐데.
아빠는 이뿐걸로 몇 개 받았는데. ㅎ ㅎ ㅎ
누군지는 비밀... 약올러 지롱...........
아들은 군 생활이나 잘 하고 내년에나 기대 해봐.
이 밤도 깊어가네 우리 주말에 만니기로 하고
이만 잠자리에 들자 아들 잘 자...안녕...
늘 아들을 사랑하는 아빠가.
2013년2월14일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