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사단 편지 99번째 마지막면회
아들! 요즘 주말마다 바쁘게 보내게 되네
지난주엔 누나 휴가로 인해
가보고 싶은 정선, 영월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는데
길고 긴 무더운 여름 한참동안 아들 면회도 가지 못해
여름을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더운 여름 나느라 힘들었을 텐데
아들 몸보신이라도 시키기 위해
얼마 남지 않은 군 생활 마지막 면회 갈 준비를 한다,
마트에 들려 한우 쇠고기도 사고 과일이랑
과자도 푸짐하게 준비하고 주말 이른 아침
양주로 출발한다.
아들 면회 가는 길, 이 길도 참 많이도 다녔는데
그간 장흥의 송추계곡 을 오가면서
계절마다 다가오는 새로운 느낌
봄이면 파랗게 돋아나는 새싹의 생명
한여름 송추계곡의 시원한 물소리
비 내리는 날이면 빗방울소리
안개속의 뭍인 계곡을 정상에서 내려다보며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쉬어가는 시간
아들을 두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거울 때도 있었고
가을이면
알록달록 곱게 물들어가는 가을 풍경에 심취하여
펜을 잡게 하던 때도 있었지
겨울이면 꼬불꼬불 눈 내린 산길을
뒤꼬리 흔들며 오르내리던 송추계곡을
이렇게 다니다 보니
눈 내리는 한 해의 겨울이 지나가고
또 한해를 보내며 아들의 군 생활도 시간이 많이 흘러
이제 제대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지난 주말 마지막 면회를 다녀오게 되는데
이른 아침임에도 주차장엔 면회 온 차량들이 즐비하다
면회신청을 하고 은행나무 평상에 자리를 잡고 있으니
지난번 휴가 때보다 날씬한 아들이 온다.
살이 좀 빠진 모양이다.
준비해간 아침 식단을 차리고 부드러운 한우 고기와
구수한 된장국도 끓이고 따듯한 밥상을 차려서
오랜만에 온 가족이모여 아침 외식을 하고
주말농장에서 따온 방울토마토 수박 포도
여름 과일도 먹고 아침바람 은행나무아래 앉아
지금까지 다녀간 지난날의 시간들이 아련하게 흘러간다,
작년엔 이곳에서 은행알도 참 많이 따고
돌아오는 길 송추계곡에서 산밤도 많이 줍기도 했는데
이제 이 시간들도 이번 면회를 마지막으로
지난시간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된다.
이제 아들도 제대 일자를 37일 정도 남겨두고
이번 주말 휴가를 다녀가고
9월중엔 특박에 말련휴가를 다녀가다 보면
실제로 부대생활은 며칠만 하면 되고
그러다보면 힘들었던 군 생활을 접고 제대를 하게 되겠지.
아들이 그랬지 제대를 앞두고 고민이 많다고
그렇다 제대를 하게 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것들이
아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자유를 누리는 것만큼 해야 할일도 많은 것이지
그게 세상 살아가는 맛이고 세상살이는 거저가 없어
노력 하는 만큼 얻는 것이 세상의 순리다
어쨌든 휴가를 앞두고 하루하루 일과가
길게만 느껴지겠지만 말련에 몸조심하고
이번 주말에 보자. 2013년8월26일
너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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